12월은 연말연시 분위기에 마음이 흥성흥성하는 달입니다. 벌써부터 거리에는 캐럴이 들려오고, 나무에도 가게에도 온갖 색의 전구와 리스가 달려있습니다. 사실상 12월 한 달은 크리스마스의 달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여기저기가 크리스마스이죠. 물론 누군가는 상술만 남은 남의 나라 명절 챙겨봐야 뭐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래서 제가 신나면 뭐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으로 괜찮을 것 같은 빨갛고 하얗고 동그란 친구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내외하고 있는 한 쌍의 북부홍관조입니다. / ⓒ David Govoni
내외하고 있는 한 쌍의 북부홍관조입니다. / ⓒ David Govoni

오늘 소개할 새의 이름은 북부홍관조입니다. 동그란 체형 때문에 조그만 새라고 착각하기 쉬운 이 새는 몸길이가 20cm를 넘을 정도로 꽤 큰 새이며, 수컷은 암컷보다 조금 더 큽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쉽게 북부홍관조의 암수를 구분하는 방법은 깃털 색을 보는 것인데요. 수컷은 전신이 붉은색이며 암컷은 일부의 붉은 깃털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붉은 회갈색 내지는 올리브색을 띠고 있습니다.


붉고 근엄한 북부홍관조의 모습입니다. / Alan Strakey on Flickr
붉고 근엄한 북부홍관조의 모습입니다. / Alan Strakey on Flickr

북부홍관조의 영명은 northern cardinal로, 여기서 cardinal은 가톨릭의 추기경이 붉은 옷을 입는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새 이름이 그렇듯이 수컷 외형을 기준으로 지어진 이름인데, 가톨릭의 추기경 중에도 인간 여성이 없으니 어찌 보면 잘 지은 이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 이름인 북부홍관조에서 홍관(紅冠)은 직역해보면 붉은 관을 썼다는 의미가 되는데요. 북부홍관조의 암컷도 일단 머리깃은 붉으니 이쪽이 좀 더 암수를 포괄하는 이름이군요.


잘 부푼 겨울의 부풀홍관조들입니다. / Henry T. McLin, James Marvin Phelps on Flickr잘 부푼 겨울의 부풀홍관조들입니다. / Henry T. McLin, James Marvin Phelps on Flickr
잘 부푼 겨울의 부풀홍관조들입니다. / Henry T. McLin, James Marvin Phelps on Flickr

북부홍관조는 수컷의 붉은 깃털 때문인지 크리스마스 카드 그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물론 북부홍관조 외에도 붉은 새는 많습니다만, 털갈이를 하여 눈에 띄지 않는 색이 되거나 다른 따뜻한 곳으로 이주를 하여 겨울을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북부홍관조는 털갈이도 이주도 하지 않기 때문에 북미의 인간들은 한겨울에도 자신의 정원에 찾아온 새빨간 동그라미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보온을 위해 정말 빵빵하게 부풀어있기까지 하죠. 겨울과 빨강의 이미지가 결합한 덕에 북부홍관조는 훌륭한 크리스마스 심벌이 되었습니다만, 북부홍관조를 진짜로 트리 장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북부홍관조를 위해 지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뒤의 친구(dark-eyed junco)는 공공장소에서의 스킨십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 John Flannery on Flickr
뒤의 친구(dark-eyed junco)는 공공장소에서의 스킨십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 John Flannery on Flickr

북부홍관조는 암수가 짝을 지어 평생 함께하는 새인데요. 대개 수컷만이 구애를 위해 노래를 하는 것과 달리 북부홍관조는 암수가 같이 노래를 합니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노련함 덕분인지, 북부홍관조의 암컷은 심지어 수컷보다도 더 길고 복잡한 노래를 한다고 하네요. 또한 북부홍관조는 구애를 할 때 수컷이 암컷에게 먹이를 부리 투 부리(beak to beak)로 먹여주는 습성이 있는데요. 이 때문에 북부홍관조는 유독 입 맞추는 것 같은 사진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왼쪽이 앵그리버드의 주인공 레드이며, 오른쪽은 앵그리버드 실사판의 플레이화면입니다. / ⓒ 2009 - 2017 Rovio Entertainment Corporation. ⓒ Susan Elliott왼쪽이 앵그리버드의 주인공 레드이며, 오른쪽은 앵그리버드 실사판의 플레이화면입니다. / ⓒ 2009 - 2017 Rovio Entertainment Corporation. ⓒ Susan Elliott
왼쪽이 앵그리버드의 주인공 레드이며, 오른쪽은 앵그리버드 실사판의 플레이화면입니다. / ⓒ 2009 - 2017 Rovio Entertainment Corporation. ⓒ Susan Elliott

이 글의 시작부터 북부홍관조에게서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낀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유명 게임인 앵그리버드 시리즈의 주인공인 레드는 북부홍관조의 수컷이 모델이 된 캐릭터라고 합니다. 동그랗고 붉은 몸과 얼굴의 검은 깃털이 정말 비슷하죠. 북부홍관조는 영역 의식이 강한 새로, 유리창이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싸우는 것이 자주 목격된다고 하는데요. 이런 공격적인 모습이 몸을 사리지 않고 알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부수는 모습의 모티브가 되지는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지금까진 붉은 북부홍관조에 대해서만 얘기했습니다만, 세상 모든 백조가 희고 까마귀가 검지 않은 것처럼 모든 북부홍관조가 마냥 붉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수컷 북부홍관조의 깃털이 붉은 것은 먹이에서 섭취하는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 때문인데요. 카로티노이드는 붉은색이나 주황색, 또는 노란색을 나타내는 색소입니다. 일반적인 북부홍관조 수컷의 경우 노란 카로티노이드 색소만을 먹이더라도 붉은색이 옅어질 뿐 노란색이 되지는 않는데, 자연에선 아주 드물게 노란 북부홍관조가 발견되기도 한다고 하네요. 그럼 이 새는 북부홍관조가 아닌 북부황관조라 불러야 하는 것은 아닐지, 아니면 노란 북부홍관조라 부르는 것이 맞는 것일지 잠시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 David Bannister on Flickr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 David Bannister on Flickr

오늘은 크리스마스와 잘 어울리는 빵빵한 새 북부홍관조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비록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으로는 사용할 수 없겠지만 북부홍관조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은 분명 뜻깊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크리스마스가 겨우 일주일도 남지 않았으니 슬슬 겨우살이 밑에서 북부홍관조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오늘 포스트는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Winter is coming....... / William Levine on Flickr
Winter is coming....... / William Levine on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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