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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드바우어새

Spotted bowerbird, 산에 산에 산에다 나무를 심자

오늘은 4월 5일 식목일입니다. 공휴일이 아니라 유감입니다만 전 제 책상 위의 다육식물에게 물을 주며 제 마음의 파릇함을 채웠습니다. 날이 날인 만큼 오늘은 식목일에 어울리는 새에 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점무늬가 돋보이는 스포티드바우어새입니다. / Greg Miles on Flickr
점무늬가 돋보이는 스포티드바우어새입니다. / Greg Miles on Flickr

위 사진의 새가 오늘의 주인공인 스포티드바우어새입니다. 이름처럼 점무늬가 있는 바우어새죠. 스포티드바우어새와 같은 대부분의 수컷 바우어새는 암컷에게 구애하기 위해 바우어라는 구조물을 짓고, 장식품을 모아 바우어 앞에 자신의 정원을 꾸밉니다. 바우어새가 정원사새, 또는 정자새라고도 불리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죠.


스포티드바우어새의 바우어입니다. / Davidgregsmith on Wikimedia commons
스포티드바우어새의 바우어입니다. / Davidgregsmith on Wikimedia commons

위 사진의 U자 모양 시설물이 스포티드바우어새가 만든 바우어입니다. 바우어 앞에 장식을 위해 모은 흰색의 물건들이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우어새가 정원을 꾸밀 장식품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색입니다. 각 종의 바우어새는 선호하는 장식품의 색이 다르다고 알려져 있는데, 스포티드바우어새는 주로 흰색 또는 녹색의 물건을 모아 자신의 정원을 꾸민다고 합니다.


위 영상에선 바우어새의 정원뿐만 아니라 스포티드바우어새의 매력 포인트인 뒤통수의 분홍색 깃도 볼 수 있습니다. 바우어새들은 자신의 정원에 모아둔 장식들을 항상 세심하게 관리합니다. 장식들이 가장 훌륭하게 보일 수 있도록 배치와 재배치를 반복하고, 색이 변하거나 시든 장식들은 즉시 자신의 정원에서 멀리 내다 버립니다.


이 영상의 바우어도 흰색으로 장식되어있는 것을 보니 바우어새들은 어지간히도 흰색을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위 바우어에선 흰색 장식 외에도 쌓여있는 녹색 장식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녹색 장식으로는 주로 Solanum ellipticum의 열매가 사용되는데요. 이 식물은 Potato bush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어 국내에선 감자 관목이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수컷 스포티드바우어새는 이 열매를 바우어로 오는 길가에 늘어놓고, 암컷이 찾아오면 입에 물고 춤을 춥니다. 위 영상에서도 녹색 열매를 물고 종종거리며 돌아다니는 수컷 스포티드바우어새를 볼 수 있습니다.


열매를 물고 있지 않을 때 수컷 바우어새는 굉장히 다양한 소리로 지저귀는데요. 다른 소리를 흉내 내서 암컷을 유혹하는 것은 수컷 바우어새들의 공통된 특성 중 하나입니다. 바우어새들은 다른 새의 울음소리뿐만 아니라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 또는 초식동물이 풀숲을 지나가는 소리, 심지어 나무를 베는 소리와 같은 인공적인 소리들도 따라 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것은 구애를 하는 수컷이지만, 이 스포티드바우어새는 암컷도 다른 소리를 흉내 낼 때가 있다고 합니다. 그건 암컷이 둥지에 있을 때입니다. 바우어는 어디까지나 구애를 위해 만들어진 장소로, 암컷은 눈에 띄지 않는 나무나 덤불에 둥지를 짓고 그곳에서 알을 낳아 새끼를 키웁니다. 천적이 접근하면 바우어에 있는 수컷과 둥지에 있는 암컷은 쐐기꼬리수리나 오스트레일리아 까마귀와 같은 포식동물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곤 한다고 합니다.


Potato bush의 꽃과 열매입니다. 꽃은 감자, 열매는 토마토를 닮았는데 이름은 감자군요. 그래서 bush tomato라고도 불리는 모양입니다. / Mark Marathon on Wikimedia commons
Potato bush의 꽃과 열매입니다. 꽃은 감자, 열매는 토마토를 닮았는데 이름은 감자군요. 그래서 bush tomato라고도 불리는 모양입니다. / Mark Marathon on Wikimedia commons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식목일과 관련된 얘기를 해봅시다. 감자 관목 열매가 많을수록 스포티드바우어새의 바우어에 암컷이 찾아올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렇다면 이 수컷 바우어새의 바우어 근처에 감자 관목이 많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꽤 최근까지 스포티드바우어새는 감자 관목이 많은 곳을 찾아 자신의 바우어를 짓는다고 생각되었었습니다. 하지만 2012년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예상과는 반대로, 사실은 스포티드바우어새가 바우어를 지은 곳에 감자 관목이 많아진다고 합니다. 바우어새가 처음 바우어를 만드는 장소엔 감자 관목이 다른 곳에 비해 특별히 많지 않지만, 1년 이상 바우어새가 머문 곳엔 감자 관목이 훨씬 많이 관찰된다고 하네요. 감자 관목은 여러해살이 식물이고 스포티드바우어새는 같은 장소를 10년까지도 사용한다고 하니 한번 잘 키워두면 오래오래 이득이겠군요.


이 감자 관목은 보통 볕이 잘 드는 숲 가나 길가에서 자라는데, 바우어새의 정원은 이 식물에게 굉장히 좋은 발아 장소라고 합니다. 바우어새의 정원 관리 때문에 바우어 근처의 땅은 다른 곳보다 풀이 훨씬 짧고 적습니다. 수컷들이 정원 조경을 위해 자기 소장품을 가리는 것들을 열심히 치우기 때문이죠. 그런 곳에 놓인 감자 관목의 열매는 다른 식물과 빛이나 영양 경쟁을 할 필요가 없이 발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컷은 멀리까지 장식용 과일을 구하러 갈 필요가 없으니 서로 이득이라고 볼 수 있죠.


비식용목적으로도 경작을 한다고 알려진 생물 중 하나인 인간의 튤립 농장 사진입니다. / Mark Pouley on Flickr
비식용목적으로도 경작을 한다고 알려진 생물 중 하나인 인간의 튤립 농장 사진입니다. / Mark Pouley on Flickr

그동안 인간 외에도 경작을 한다고 알려진 동물은 있었습니다. 식용 목적으로 버섯을 키운다고 알려진 잎꾼개미도 그 예 중 하나지요. 하지만 스포티드바우어새는 감자 관목의 열매를 먹지 않고, 어디까지나 구애 용도로만 사용한다고 합니다. 감자 관목의 열매는 스포티드바우어새에게 특별히 영양상으로 이점이 있지도 않고, 무엇보다 감자 관목 열매의 씨가 한 번도 바우어새의 배설물에서 발견된 적이 없다고 하네요. 식용 목적이 아닌 이유로 무언가를 경작하는 것 같은 모습이 관찰된 인간 외의 최초의 동물이 이 스포티드바우어새라고 합니다. 


사실 스포티드바우어새가 의도적으로 이 감자 관목을 경작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단지 장식을 위해 모아둔 열매가 발아한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서식지 가까이에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모으는 것은 인간이 의도적이지 않게 경작을 시작하던 과정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합니다. 재밌는 것이, 스포티드바우어새의 바우어 근처에서 자라는 감자 관목의 열매는 다른 감자 관목의 열매들에 비해 채도가 낮고 더 녹색이라고 합니다. 스포티드바우어새들은 채도가 낮아도 더 녹색을 띠는 열매를 선호한다고 하니, 열매의 색이 변한 것은 경작 과정에서 품종 선택에 따른 결과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새와 식물 간의 관계가 서로에게 이득을 준 공진화의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어쩌면 스포티드바우어새도 언젠간 의도적으로 경작을 시작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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