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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포

Kakapo, 멸종 위기의 귀염둥이

세상엔 참 이상한 새가 많습니다. 새덕질을 시작한 후 온갖 혼자 보긴 아까울 정도로 이상한 새들을 보고 결국은 이렇게 새 얘기를 하기 위한 블로그를 개설하는 단계에까지 다다랐습니다. 그런 온갖 새들 중에서도 이 블로그에서 첫 번째로 다룰 새는 바로 카카포(kākāpō)입니다.


귀염둥이 카카포의 모습입니다. / ⓒDepartment of Conservation
귀염둥이 카카포의 모습입니다. / ⓒDepartment of Conservation

카카포는 마오리어로 '밤 앵무새'를 의미합니다. 이름처럼 카카포는 야행성이고, 앵무새입니다. 사진을 보면서 카카포가 앵무새라기엔 좀 묵직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텐데요. 그건 아마 카카포가 가장 크고, 가장 무거운 앵무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카카포는 세상에 유일한, 날 수 없는 앵무새입니다. 몸집에 걸맞게 수명도 굉장히 깁니다. 평균 수명이 95세, 최고 수명은 120 정도라니 여러 가지로 엄청난 새입니다.


날지 못하는 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새 중 하나가 키위인데, 카카포가 얘네와 동향 새입니다. 키위와 카카포는 뉴질랜드의 고유종입니다. 천적이 없다 보니 날 필요가 없어 날개가 퇴화한 것이죠. 이 둘 말고도 뉴질랜드엔 날지 못하는 새들이 많습니다. 타카헤라던가, 에뮤라던가, 지금은 멸종했지만 모아도 있었지요. 가히 새들의 천국이었다고 할 만합니다.


날지 못하게 된 대신 카카포는 다리 힘이 강해졌습니다. 강한 다리를 사용해서 지면을 걸어 이동하는데, 정말로 잘 걷습니다. 하루에 1km 정도는 기본인 모양입니다. 가끔 영상을 보면 새라기보단 강아지 같은 포유동물이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묵직해서 그런 걸까요. 가끔은 겅중겅중 뛰어서 이동하기도 하는데 그게 또 참 귀엽습니다. 위 영상에선 약 50초쯤부터 뛰는 게 나오네요.


카카포가 좋아하는 Rimu Fruit. / ⓒKakapo Recovery
카카포가 좋아하는 Rimu Fruit. / ⓒKakapo Recovery

카카포의 크고 아름다운 발은 걸을 때뿐만 아니라 나무를 오를 때도 사용합니다. 카카포는 발뿐만 아니라 부리까지 사용하며 나무에 오르는데, 이는 카카포의 은신과 먹이를 위해서입니다. 카카포의 연두색 깃털은 나무에 은신하기에 적합하여 낮엔 나무에 올라가 쉬고, 밤엔 자기 영역을 돌아다닙니다. 여담으로 카카포의 깃털은 굉장히 보송보송하다고 합니다. 카카포는 채식하는 새인데, 그중에서도 과일을 주식으로 합니다. Rimu Fruit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네요. 어떤 영상에선 사과도 잘 먹던 걸 보니 과일이면 가리지 않나 봅니다.


수컷 카카포가 구애를 위해 파 놓은 구덩이입니다. / ⓒDepartment of Conservation
수컷 카카포가 구애를 위해 파 놓은 구덩이입니다. / ⓒDepartment of Conservation

여기까지만 봐도 특이하지 않은 게 없는 카카포입니다만, 수컷 카카포가 구애하는 방법은 또 참 특이합니다. 우선 수명이 긴 만큼 구애를 시작하는 나이가 굉장히 늦습니다. 수컷은 다섯 살이 되어서야 구애를 시작하고, 암컷은 아홉 살 전까진 수컷을 찾아가지 않습니다. 번식기가 시작되면 카카포 수컷들은 구애를 위한 자리를 차지하고 지키기 위해 서로 싸우기 시작합니다. 새들이 구애를 위해 싸우는 것은 흔하디흔한 일입니다만 저 순한 얼굴로 다치거나 심지어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싸움을 하는 모습은 조금 상상이 안 됩니다. 물론 생긴 것만으로 판단해선 안되는 게 새들이긴 합니다.


자리를 잡은 수컷들은 위 사진처럼 구애를 위해 보울 모양으로 땅을 팝니다. 그리고 그 안에 앉아 100Hz 이하의 저주파로 우는데, 이것을 'Booming'한다고 합니다. 보울 형태는 수컷들의 booming call이 멀리까지 퍼지게 하는데, 소리가 더 잘 반사되도록 하기 위해 바위나 나무줄기 옆에 많이 만든다고 합니다. 이 booming call은 1km 밖에서도 들을 수 있고, 바람이 어떻게 부느냐에 따라 5km 밖에서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수컷 카카포는 하루 평균 8시간씩 서너 달을 booming을 하는데 번식기가 지나면 몸무게가 반으로 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컷의 booming call을 들은 암컷은 몇 킬로미터를 걸어와서 수컷을 만납니다. 정말 어지간히도 천적이 없었나 봅니다.


위 링크에서 수컷 카카포가 booming하는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귀염둥이 카카포는 부제목처럼 멸종 위기 종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 150마리도 남아있지 않아 Kakapo Recovery Programme을 통해 관리받고 있습니다. 한때는 개체 수가 오륙십 마리까지 줄기도 했었지만 현재는 123마리까지 늘었습니다. 여전히 적죠. 워낙 개체 수가 적어 모든 카카포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카카포의 개체 수 변화와, 현재 살아있는 모든 카카포의 이름은 위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반에 발견된 카카포들에겐 전부 영어 이름이 붙었었는데, 요즘 태어나는 카카포들에게는 마오리어 단어로 이름을 붙여준다는군요. 2016년 올해는 카카포들이 역대 가장 성공적인 번식기를 보냈다고 하니 좋은 소식 기대됩니다.


올해 첫번째로 부화한 카카포라고 합니다. / ⓒKakapo Recovery
올해 첫번째로 부화한 카카포라고 합니다. / ⓒKakapo Recovery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카포는 각종 캠페인을 통해서도 열심히 알려지고 있는데, 카카포를 가장 잘 알려지게 한 것은 분명 이 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상의 카카포는 시로코(Sirroco)라는 이름을 가진 수컷 카카포인데, 이 영상을 계기로 유명해진 그는 카카포 대변인 자리에 앉게 됩니다. 무려 개인 트위터 계정도 갖고 있고요. 이 분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글을 작성해서 더 얘기해볼까 합니다. 워낙 유명하시다 보니 이런저런 할 얘기들이 많습니다.


시로코뿐만 아니라 다른 카카포들도 호기심이 많고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천적이 없던 환경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 걸까요. 워낙 사람을 잘 따르니 마오리족은 카카포들을 애완동물로 키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부럽습니다. 귀여운 얼굴에다 깃털은 폭신하고 묵직해서 안을 맛도 나고 사람도 잘 따르고 오래 사는 데다가 심지어 몸에선 프리지아 비슷한 향이 난다고 하니 얼마나 사랑스럽습니까. 1가정 1카카포 정책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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