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사이 날이 부쩍 추워진 것을 보니 슬슬 올해도 끝나간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합니다. 올해는 아직 두 달이 넘게 남긴 했습니다만, 정신없이 살다 보면 어느새 거리에는 캐럴이 울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문득 올해의 끝을 느껴본 참에, 올해 초 화제가 되었던 어느 짤을 올해가 가기 전에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적당히 얄망스럽고 은근하거나 음흉한 캡션을 넣으면 됩니다.적당히 얄망스럽고 은근하거나 음흉한 캡션을 넣으면 됩니다.
적당히 얄망스럽고 은근하거나 음흉한 캡션을 넣으면 됩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은근한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 밈입니다. 2017년 4월 트위터 유저인 @whomstami의 트윗으로 처음 유명해진 이 사진은, 그로부터 약 30분 후 작성된 트위터 유저 @XLNB의 트윗이 널리 퍼지며 많은 사람의 마음을 은근하게 만드는 짤이 되었죠.


오른쪽 친구는 왼쪽 친구에게 뭔가 물어볼 것이 있는 듯합니다. / 불명, Fillie Rhodes on Flickr오른쪽 친구는 왼쪽 친구에게 뭔가 물어볼 것이 있는 듯합니다. / 불명, Fillie Rhodes on Flickr
오른쪽 친구는 왼쪽 친구에게 뭔가 물어볼 것이 있는 듯합니다. / 불명, Fillie Rhodes on Flickr

오늘 밈의 원본짤은 2012년 무렵의 한 러시아 사이트에 올라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리 정확하진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오늘의 짤을 비슷한 각도의 다른 머스코비오리와 비교했을 때, 속눈썹이 존재한다는 점이나 흰자가 과할 정도로 많이 보인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의 눈을 합성한 것이라는 논란도 있죠. 언젠가 이 짤의 원본 또는 그 출처를 찾게 되면 이 포스트에 게재한 후 동네방네 자랑할 테니 그땐 꼭 다시 구경 와 주시길 바랍니다.


야생의 반질반질한 머스코비오리입니다. / SandyCole on Wikimedia commons
야생의 반질반질한 머스코비오리입니다. / SandyCole on Wikimedia commons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의 짤에 등장하는 새에 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새는 머스코비오리(muscovy duck)로, 중앙 및 남부 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오리의 일종인데요. 아즈텍의 지도자들이 머스코비오리의 깃털로 만든 망토를 둘렀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인간과 함께한 역사가 긴 가금이기도 하죠. 야생 머스코비오리와 가금 머스코비오리는 그 외모로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요. 야생 머스코비오리는 녹색이 도는 검은색 깃털을 가지고 있으며 날개에는 커다란 흰 반점이 있습니다. 반면 가축화된 머스코비오리는 깃털 색이 흰색이나 갈색 등으로 훨씬 다양하며 무게도 더 나가죠. 오늘 소개한 짤의 등장조가 염색이라도 한 게 아니라면, 오늘의 주인공은 분명 가축화된 머스코비오리일 것입니다.


암컷 두 마리를 합쳐도 수컷 하나의 부피가 안 될 것 같습니다. / James Marvin Phelps on Flickr
암컷 두 마리를 합쳐도 수컷 하나의 부피가 안 될 것 같습니다. / James Marvin Phelps on Flickr

머스코비오리는 수컷의 몸길이가 80cm 정도 되는 굉장히 큰 오리입니다. 반면 암컷은 수컷의 반 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작죠. 볏은 암수에게 모두 존재하는데, 수컷의 볏은 암컷보다 더 크고 선명한 붉은색을 띱니다. 몸도 볏도 크기 차이가 워낙 심하기 때문에 머스코비오리의 암수가 함께 있으면 마치 부모와 새끼가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인데요. 어린 머스코비오리는 다른 새끼 오리들과 마찬가지로 노랗게 보송보송하며, 머리에도 머스코비오리의 주요한 특징인 볏이 보이지 않습니다.


나무 위에서 아래를 굽어살피는 한 머스코비오리입니다. / Taubin on Flickr
나무 위에서 아래를 굽어살피는 한 머스코비오리입니다. / Taubin on Flickr

머스코비오리는 나무 위에서 시간을 보내기 좋아하는 오리이기도 한데요. 밤에는 천적을 피해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잠을 자며, 잠을 자지 않을 때도 많은 시간을 나무 위에서 보냅니다. 심지어 둥지도 나무 구멍 안에 짓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머스코비오리의 인생에서 나무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다행히도 머스코비오리는 길고 뾰족한 발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고 나뭇가지를 잘 잡을 수 있죠.


지금까지 했던 얘기들도 물론 머스코비오리의 중요한 특성들입니다만, 머스코비오리에 관해 정말로 빼놓을 수 없는 얘기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너, 나, 우리가 모두 좋아하는 생식기에 관한 얘기인데요. 청둥오리 포스트에서 얘기했듯이, 오리류의 새들은 팔루스(phallus)라고 불리는 긴 나선형의 외부생식기를 가진 경우가 있습니다. 머스코비오리 역시 평균 20cm의 긴 팔루스를 가지고 있죠. 위 영상에서 몸 밖으로 발사되는 머스코비오리의 팔루스를 볼 수 있는데요. 이 20cm의 팔루스가 발사되는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0.35초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단하죠.


∠◑ / Rachid H on Flickr
∠◑ / Rachid H on Flickr

오늘은 어느 은근한 표정의 짤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의 짤이 워낙 대단히 은근하긴 합니다만, 다른 머스코비오리들도 때로는 그 못지않게 은근한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그런 뜻에서 굉장히 은근한 머스코비오리의 사진을 마지막으로 하나 남기며 오늘 포스트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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