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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올빼미

휴류는 부헝부헝

어느새 길었던 연휴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습니다. 오늘이 한글날인 동시에 월요일임을 상기하다 보면, 한글이 창제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됩니다. 이렇게 반가운 한글날을 맞아, 오늘은 훈민정음 해례본에 등장하는 어느 조류에 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의 눈으로 부리 쪽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 ≪훈민정음(해례본)≫ (1446), 문화재청; liangrehan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鵂鶹, 즉 부허ᇰ이입니다. 과거에는 부엉이와 올빼미를 딱히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포스트에서는 올빼미목에 속하는 부엉이와 올빼미를 전반적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부엉이와 올빼미를 총칭하여 부를만한 호칭이 필요하겠는데요. 붱빼미라는 직관적인 호칭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훈민정음으로 글을 시작한 데다가 어감이 귀여우니 오늘의 포스트에선 부헝이란 표현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론 조금 더 고전적인 부허ᇰ이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옛이응을 잘못 사용했다간 많은 분께서 오늘의 새의 이름을 부□ 같은 것으로 기억하게 되실까 걱정되니 말입니다.


왼쪽부터 쇠부엉이, 솔부엉이, 귀깃없는흰수리부엉이 aka 흰올빼미입니다. / Nigel, andy li, Richard White on Flickr왼쪽부터 쇠부엉이, 솔부엉이, 귀깃없는흰수리부엉이 aka 흰올빼미입니다. / Nigel, andy li, Richard White on Flickr왼쪽부터 쇠부엉이, 솔부엉이, 귀깃없는흰수리부엉이 aka 흰올빼미입니다. / Nigel, andy li, Richard White on Flickr

부엉이와 올빼미를 묶어서 부헝이라고 부르기로 하긴 했는데, 정작 부엉이와 올빼미의 차이에 관해 아직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머리 위에 귀깃이 있는 것을 부엉이, 없는 것을 올빼미라고 하는데요. 이것을 쉽게 외우기 위해선 각각의 초성인 ㅂ과 ㅇ을 머리 모양과 대응시켜보는 방법이 유명하죠. 이건 아마 세종도 예상 못 했을 것이라 봅니다. 그런데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쇠부엉이(short-eared owl)나 솔부엉이(brown hawk-owl)는 이름에 부엉이가 들어가지만, 귀깃이 짧거나 없어서 보이지 않죠. 그리고 흰올빼미(snowy owl)는 수리부엉이과에 속하니, 누군가는 흰올빼미를 귀깃없는흰수리부엉이라고 부르고 싶어할지도 모릅니다. 


ㅇvㅇ / Praveen on Flickr

옛 문헌을 보면 부헝이는 불길하거나 못된 새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헝이를 칭하는 鵂鶹에서 鳥를 잘 빼면 休留가 되며, 이는 머물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요. 부헝이가 집을 향해 울면 집주인이 죽거나 불이 나는 등의 재앙이 일어난다 하여, 재수 없는 새는 우리 집 근처에서 머물지 말고 떠나라는 것이죠. 부헝이가 불길한 새로 여겨진 것은 역시 이 친구들의 활동 시간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부헝이는 밤에 활동하는 새인데요. 밤에 높은 나무 위에 앉아서 부엉부엉 우는 것을 상상해보면 그 광경은 꽤나 스산합니다. 거기다가 깜깜할 땐 원래 뭘 들어도 좀 불길하고 소름끼치니까 말이죠.


이 미국수리부엉이(great horned owl)는 기분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 Mary C Kirby on Flickr, Jessie Eastland on Wikimedia commons이 미국수리부엉이(great horned owl)는 기분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 Mary C Kirby on Flickr, Jessie Eastland on Wikimedia commons

하지만 부헝이가 딱히 사람을 불안하고 불길하게 하기 위해 밤에 활동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부헝이는 밤에 활동하기에 정말로 적절히 진화했는데요. 우선 부헝이의 보드랍고 폭신한 깃털은 비행할 때 소리를 줄여줍니다. 덕분에 부헝이는 어둠 속에서 먹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소리 없이 접근할 수 있죠. 이렇게만 들으면 정말 대단합니다만, 물론 단점은 있습니다. 깃털의 보송함을 유지하기 위해 기름칠을 할 수가 없어 방수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이죠. 그래서 비라도 내리면 부헝이는 사냥 및 체온 유지가 조금 곤란해집니다.


큰회색올빼미(great grey owl)는 가장 큰 안면판을 가지고 있는 새라고 합니다. / Olaf Oliviero Riemer on Wikimedia commons

아무리 조용히 접근할 수 있다고 해도, 먹이가 어디 있는지를 알 수 없으면 소용없습니다. 다행히도 부헝이는 두개골에 비해 커다란 눈을 가지고 있어 밤에도 잘 볼 수 있는데요. 비록 안구를 움직일 수는 없지만, 고개를 270˚씩 돌릴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부헝이는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도 이용해서 먹이를 찾는데요. 가면올빼미와 같은 일부 부헝이들은 양쪽 귀의 위치가 비대칭이기까지 하여, 소리의 방향과 거리를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부헝이의 눈 주위에 난 넙데데한 얼굴 깃털은 안면판(facial disc)이라 하는데, 이것 역시 소리를 모아 부헝이가 더 잘 들을 수 있게 해주죠. 귀깃이 있는 부헝이들은 간혹 귀깃이 귀라는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귀깃은 귀처럼 생겼을 뿐 청각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깃털입니다. 붕어가 없지만 붕어빵이라 불리는 어느 빵처럼 말이죠.


어리다고 함부로 덤빌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 naturegirl 78 on Flickr

먹이가 어디 있는지 뻔히 알고 조용히 접근할 수도 있는데, 막상 그것을 잡을 수 없으면 부헝이는 참 많이 속상할 것입니다. 다행히도 부헝이는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가지고 있는 맹금류이기 때문에, 발견한 먹이를 날개만 빨면서 지켜볼 필요는 없죠. 부헝이의 주식은 작은 포유류나 조류, 파충류 등인데요. 대체로 부헝이는 사냥한 먹이를 통째로 삼키고, 소화되지 않은 뼈나 털 등은 펠릿(pellet)의 형태로 뭉쳐서 토해냅니다.


우리 집 털 거냐? 털 거냐고. / Steven Kersting on Flickr

지금까지 알아본 바에 따르면 부헝이가 밤에 움직이는 이유는, 사람을 불길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훌륭한 밤의 헌터이기 때문입니다. 부헝이는 불길한 새로 여겨지는 동시에 풍요로운 길조로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그 예시 중 하나가 '부엉이 집을 얻었다'는 속담입니다. 횡재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부헝이는 새끼를 위해 물어온 먹이를 둥지에 보관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죠. 솔직히 부헝이가 얼마나 복슬복슬하고 동그란지를 생각하면, 다른 이유 없이 그냥 그 존재만으로 풍요를 상징해도 문제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형 같은 새끼 마다가스카르부엉이(madagascar owl)의 복슬함 전하며 글 마칩니다. / Frank Vassen on Flickr

오늘은 복슬하고 멋진 귀염둥이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부헝이에 관해 전반적으로 소개한 김에 지금까지 작성했던 중 부헝이와 관련된 포스트 링크들 이 밑으로 남기며, 이번 포스트는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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