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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카

Chukar, 달새는 달만 생각한다

월석(月夕)이란 말이 있습니다. 달 밝은 밤, 그중에서도 특히 음력 8월의 보름날 밤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딱히 다른 추석 풍습을 챙기지 않더라도, 추석 밤의 보름달에 소원을 비는 것 만큼은 놓치면 왠지 아쉽습니다. 그만큼 추석은 밝고 큰 보름달을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는데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달과 관련된 어느 새에 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둥글고 빵빵한 것이 참 풍요롭게 생겼습니다. / Colleen Prieto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추카자고새(chukar partridge)인데요. 자고새 부분을 빼고 그냥 추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으니, 본 포스트에서도 이 새를 추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추카는 아시아와 동남유럽 일부 지역 산비탈의 암석지대에 서식하는 새로,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정말 동그랗고 빵빵한데요. 그렇다면 보름달처럼 동그란 이 체형이 추카의 달과 관련된 부분일까요. 물론 추카는 보름달과 헷갈릴 정도로 동그랗긴 합니다만, 추카와 달의 관계는 그보다 조금 더 애틋하고 농밀하며 달곰씁쓸합니다.


17세기 페르시아 백과사전에 실린 추카의 모습입니다.

힌두 신화에는 차코라(चकोर, Chakora)라는 전설의 새가 등장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이 새는 추카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애초에 추카라는 이름 자체가 산스크리트어 차코라에서 유래된 것이니 사실상 동일한 새로 여겨졌다고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차코라는 달을 사랑하여, 다른 무엇에도 시선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달을 바라보는 새인데요. 달이 떠 있을 때는 당연히도 달만을 바라보고, 달이 없을 때는 달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을 흘리며 달을 기다리죠. 오랜 옛날부터 전승되어 오는 이야기인 만큼 차코라의 이야기에는 다양한 패턴이 존재하는데요. 어떤 이야기에서 차코라는 먹고 마시는 것도 잊은 채 달만을 바라보고, 달을 향해 날아오르다 결국 죽음에 이릅니다.


달빛의 달콤함을 애써 삭이고 있는 추카입니다. / Jean Lapointe on Flickr

물론 차코라가 죽음에까진 이르지 않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힌두 신화에서 달빛은 영원한 생명을 부여하는 음료인 넥타르나 소마와 동일시되었는데요. 옛 사람들은 차코라가 달빛을 마실 수 있어 죽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차코라는 달빛만을 마실 수 있어 달빛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여겨지기도 하였죠. 심지어 그 달빛은 너무 달콤하다 못해 차코라의 부리를 마비시킬 정도라고 합니다. 죽음에 이르는지의 여부에 차이가 있을 뿐, 어떤 얘기에서도 차코라는 결국 달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달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다.


비록 보답 받을 수 없어도 달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추카는 행복할까요. / penjelly on Flickr

결국 이 모든 이야기의 공통점은 차코라가 달을 몹시도 사랑한다는 것인데요. 차코라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달을 원하지만, 달이 그 사랑에 응답하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차코라는 깊은 사랑을 상징하는 동시에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 짝사랑을 상징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북인도의 민담에서는 사랑에 빠진 연인을 달과 차코라에 비유한 사례가 많이 발견되며,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을 달을 보는 차코라의 눈빛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달과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곳이 바위든 지붕이든 큰 상관은 없는 모양입니다. / Michael Klotz on Flickr

그렇다면 추카는 왜 달을 사랑하는 새 차코라로 여겨지게 된 것일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선 역시 현실의 추카의 습성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비번식기의 추카는 여러 마리가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큰 소리로 우는데요. 이때 추카는 자신의 울음소리가 잘 퍼지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높은 바위 위에 올라갈 때가 많으며, 특히나 아침과 저녁 시간에 주로 웁니다. 낭만적인 사람들은 추카가 높은 바위 위에 올라간 것을 조금이라도 달 가까이로 다가가려는 모습으로 보았으며, 아침과 저녁에 우는 것은 달이 지는 것이 슬프고 달이 뜨는 것이 기뻐서 우는 것이라고 보았는지도 모르죠.


달을 사랑하는 새의 달 같은 모습입니다. / Paul Harbath on Flickr

오늘은 달을 사랑하는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추석은 추카뿐만 아니라 사람도 달과 가까워지기 참 좋은 날입니다. 가장 밝은 달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긴 연휴 동안 포식을 하여 보름달처럼 빵빵해지는 체험을 해볼 수도 있겠죠. 이번 추석엔 여러분도 추카도 밝은 보름달 보실 수 있길 바라며, 이번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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