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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위리

Rawiri, 댄싱 스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이 지나가며 밤이 더 길어지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해가 빨리 지다 보니 실외에서 저녁 시간을 활용하기엔 다소 애로사항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누군가의 밤은 낮보다 아름다울지도 모르지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누구보다도 힘껏 밤을 즐길 줄 아는 어느 밤새에 관해 소개해보려 합니다.


♬

오늘 소개할 것은 바로 이 건강하고 찰딱한 댄싱 스타입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몹시 신이 나 보이죠. 찰딱 넘어졌다가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찰딱 일어나는 모습은 이미 춤이라는 마약에 중독된 듯합니다. 보다 보면 웃음이 실실 나오긴 하지만 별로 중독성은 없으니, 딱 백 번만 보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 영상은 오로코누이 에코생추어리(Orokonui Ecosanctuary)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처음 올라왔습니다. 뉴질랜드의 멸종위기 동물들을 각종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이 시설은 키위 보호에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이 영상이 촬영된 것도 어린 키위가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보호하는 키위 보육원에 설치된 카메라 덕분이죠. 이런 시설의 관계자라면 키위의 온갖 기행엔 익숙한 사람들일 텐데, 이런 영상이 올라온 것을 보면 저 친구의 춤은 관계자들까지 몹시 당황스럽게 할 정도였나 봅니다.


라위리의 얼굴이 제일 잘 보이는 부분입니다. / Orokonui Ecosanctuary on facebook
라위리의 얼굴이 제일 잘 보이는 부분입니다. / Orokonui Ecosanctuary on facebook

그럼 드디어 모두가 기다리셨을, 이 멋진 댄싱 스타의 이름과 프로필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할 텐데요. 오늘의 움짤에 등장하는 새는 라위리(Rawiri)라는 이름의 수컷 키위입니다. 라위리가 부화한 것은 2015년 12월이고 저 영상이 찍힌 것은 2016년 7월이니, 저 멋진 댄스 무브들은 태어난 지 고작 1년도 되지 않은 어린 키위가 만들어낸 것이죠. 라위리의 종은 어디에도 정확히 지칭되진 않았는데, 영상의 출처로 볼 때 하스트토코에카(haast tokoeka)일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합니다. 토코에카(tokoeka)라고도 불리는 남부갈색키위(southern brown kiwi) 중 하스트에 서식하는 이 아종은 현재 개체수가 400마리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아, 오로코누이 에코생추어리와 같은 보호시설에서 보호받으며 개체수를 다시 늘려가고 있죠.


그럼 다시 라위리의 춤에 관한 얘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키위들이 뛰는 것은 다른 키위에게 공격을 받았을 때, 도망가거나 발로 차서 응전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라위리가 투명 키위와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주변에 다른 키위는 전혀 없습니다. 물론 라위리가 미래지향적인 키위이기 때문에 미리 싸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도 생각해볼 수 있죠. 하지만 보호구역의 키위들은 일반적으로 새벽 7시 30분이 되면 자러 간다는 관계자의 말로 볼 때, 라위리가 자기 직전에 굳이 저렇게까지 격렬하게 움직이는 이유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음날 눈뜨자마자 싸우러 가기라도 할 생각인 걸까요.


라위리도 다 크면 먹이 상자가 필요 없어지겠지요. / Josh More on Flickr
라위리도 다 크면 먹이 상자가 필요 없어지겠지요. / Josh More on Flickr

아마 싸움을 연습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가장 클 것 같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조금만 더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오늘의 영상에 보이는 까만 상자는 보호 중인 어린 키위들을 위한 먹이 상자인데요. 이를 통해 우리는 라위리가 밥을 먹을 생각에 기뻐서 춤을 췄을 것이란 가설을 세워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키위들이 밥을 먹는 시간은 새벽 6시 30분 무렵이라고 하며, 위 영상에서도 라위리는 밥을 먹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납니다. 물론 갑자기 춤이 추고 싶어졌거나, 막상 자려고 누워 보니 아직 자기 싫었거나,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거나 하지 않았을까 하는 등의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만 진실은 당사자에게 물어보지 않는다면 아무도 알 수 없겠지요.


라위리의 뛰어난 화면 장악력이 돋보입니다. / Orokonui Ecosanctuary on facebook
라위리의 뛰어난 화면 장악력이 돋보입니다. / Orokonui Ecosanctuary on facebook

오늘은 어느 밤의 춤신춤왕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라위리는 첫 생일을 맞는 2016년 12월에 보호구역을 떠났다고 하니 지금은 아마 뉴질랜드의 자연을 만끽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도 자연 속에서 행복하고 격렬하게 춤을 추고 있을 라위리를 생각하며 이번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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